방용훈 회장은 생전 아내 이미란씨 친정 식구들과 갈등을 빚었다. 방 회장 자녀들은 어머니 이씨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강요죄)가 인정돼 2019년 9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방용훈 사장의 딸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와 제 아이를 아껴주시던 어머니 모습이 매일같이 선명하다.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많이 울고 있다. 좀 있으면 어머니 3주기인데 다시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방사장의 아들 B씨는 "어머니께서는 저희 가족을 평생 사랑으로 보살피셨다. 그런 어머니께 제 잘못된 판단으로 큰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 구급차를 부른 것도 어머니를 태운 것도 제가 한 일이다. 제게만 벌을 주시고 누나는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그동안 충분한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고 보인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방 사장 자녀의 어머니인 이미란 씨는 2016년 9월 1일 오전 방화대교에서 투신한 뒤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어머니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방용훈 사장과 그 자녀들을 고소했다. 당시 유서에는 가족관계와 금전관계에 대해 토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용훈 사장의 장모 임씨는 방용훈 사장에게 보낸 A4용지 11장 분량의 편지를 통해 “방 사장이 자녀를 통해 이씨를 지하실에서 고문했고, 관련된 증거를 방 사장이 인멸하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이씨의 어머니 임모씨가 친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 11매 분량의 편지를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임씨는 편지에서 방용훈 사장에게 “자네가 죄인으로 속죄하며 살겠다는 결의를 확실히 보이지 않으면, 이 편지는 자네가 숨기려던 유서와 함께 형님댁(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으로 추정)을 포함, 모든 친척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편지에는 “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라며 방용훈 사장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방용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이상한 수사
재판까지 가게 된 ‘강제 구급차행’ 사건은 2016년 8월에 있었다. 자녀들이 어머니 이씨를 친정집으로 보내 요양하게 하자고 논의했다. 이씨에게 ‘친정에 가서 쉬고 오시라’고 권유했지만 이씨는 자녀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이 이씨 팔과 등 부위를 잡거나 밀면서 친정집에 갈 것을 요구했으나 이씨는 앉아있던 쇼파 등을 부여잡고 저항했다.
자녀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사설 구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반면 이씨는 경찰에 ‘자녀들이 사설 구급업체를 이용해 강제로 친정집으로 쫓아내려 한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녀들과 면담에서 구급차를 이용해 어머니를 이동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자 자녀들은 사설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냈다.
그런데도 자녀들은 계속 친정집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시 같은 사설 구급업체에 연락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이 씨는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바닥에 누워 저항했다. 자녀들은 구급대원들에게 이 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워 친정집으로 데려가게 했다. 자녀들은 자신들의 욕설 등을 녹음하던 이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 사건의 실마리는 이 씨의 모친이자 방 회장의 장모가 남긴 유서에서 찾을 수 있다. 유서에서 이 씨 모친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처럼 찢어지는 것은 없다네. 병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더더욱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도 아니고 악한 누명을 씌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을 시켜, 다른 곳도 아닌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 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며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엠블란스 파견 용역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여 내 집에 내동댕이 친 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그런 에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네…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즉 이 씨가 상처투성이에다 옷이 벗겨진 채로 자식들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모친 집으로 간 것이다. 결국 이 씨 모친은 방 사장의 두 자녀들, 즉 손주들을 특수존속상해 혐의고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방 회장 자녀들의 특수존속상해 혐의를 유죄로 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특수존속상해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강요죄만 인정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 사장의 폭행이나, 최초 원인이 됐던 금전문제 등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방 사장의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어머니가 2015년에 다녔던 정신의학과 진료 기록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가 정신의학과를 방문한 까닭이 단발적 금전 문제 등에 있고 그 횟수도 적고, 당시 이 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이 씨가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적 있지만 그 양이 사망에 이를 정도였단 걸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였다. 또한 이 씨는 유서에서 “말도 안 되는 학대 수준의 모욕을 받았지만 바보같이 그래도 버티겠다고 지하실에서 생활했다”며 “내가 수면제 몇 알 먹고 죽겠느냐. 내가 죽으려고 그랬으면 이까짓 몇 알 먹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이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심리 상태에 있었다기보다는 대화와 이해 등을 통해 자신의 남편·자녀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를 바라는 심적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이씨가 남긴 유서 가운데 “제가 4개월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버텼고 또 끝까지 버텨서 자식들 피해 안주고 언젠가 남편도 오해(뭔지도 모르겠지만..) 풀고 돌아오겠지 하던 희망도 강제로 끌려서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대목과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 중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너네들 피해 안 주기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이었지만 끝까지 버틸려고 했다.
하지만 사설 119 불러서 강제로 질질 끌려 묶여서 내쫓기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구나”라는 대목을 언급했다. 이 대목이 “자살을 선택한 이씨의 심리 상태가 언제, 어떤 계기로 형성됐는지를 이씨 스스로 밝히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이씨를 쫓아낸 행위가 오히려 극단적 심리 상태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대조되는 부분은 친정으로 쫓겨간 이후 이미란 씨와 자녀들의 행동이었다. 이 씨는 자살 전 친정 가족들에게 “(남편과 이혼 소송을 거론하며) 그렇게 소송하다보면 내 새끼들 정말 다 망가지는데 아무리 나한테 그랬어도 그거는 좀 힘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어머니 이씨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녀들이 이 씨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머니 이씨가 우울증 등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씨의 상태를 의료기관이나 심리 치료 기관 등에 의뢰하거나 가족으로서 감싸 안아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며 “사건 전후로 이씨의 친정 가족들과 상의했던 적도 없다. 사건 이후 이씨 안부를 묻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걸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머니를 상대로 한 자녀들의 행위가 사회 통념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 사장의 두 자녀들은 집행유예 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도대체 이씨는 어느 정도까지 가혹하게 학대를 당했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강에 투신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기소로 일관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방 사장은 “내가 왜 이런 걸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뭘 알고 얘기를 해야 한다.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고, 이게 상식이냐.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고, 그 이유는 왜 안 따져보냐”며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나는 사람하고만 말하고 싶다. 그 상황을 판단해보면 모르겠느냐”라고 분노했다.
방 사장과 그의 셋째 아들은 지난 2016년 11월 이씨 언니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출입문을 돌로 내리쳐 찌그러뜨린 혐의로 각각 벌금 200만~400만원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이씨가 숨진 후 방 사장과 동행한 아들은 아내의 언니의 집 현관문을 돌로 내려치며 위협했고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들고 발로 찼다. 그는 처형이 부인의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방 사장 딸과 아들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이에 두 자녀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